Issue/Life

#9. 월급을 못 받았다고 ? 임금체불 신고 절차와 구제에 대한 실제 경험담

Holic 2021. 4. 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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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체불 기준

 

"임금체불"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임금 지급 원칙에 따르면, 사용자(회사,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정해진 지급일 매월 1회 이상 지급한다는 원칙을 위반하거나, 퇴직한 근로자에게 지급기일 연장에 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 임금을 미지급하는 의미 합니다. 즉 내 월급이 하루라도 늦게 들어온다면, 임금체불입니다. 법이 어쩌고 저쩌고 아는 것도 좋지만, 우리에게 중요한건 "내 돈을 언제 어떻게 받을 수 있냐"입니다. 임금체불 신고로 사용자는 얼마까지 벌금내는지, 몇 년까지 징역 하는지는 알아도 쓸데도 없으니 철저히 근로자 기준에서만 작성하겠습니다.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는 진행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건 합의를 통해 체불된 임금을 언제까지 지급하겠다는 전제하에 하셔야 합니다. 저는 2018년도에 임금체불이 있었고, 임금 체불 시작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지급받았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기에 평균적인 처리 기간보다 더 걸렸고, 시간도 많이 지났지만 처리절차나 법에 대한 것은 크게 바뀐 게 없으니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임금체불 진정 처리 절차

임금 체불 신고 및 구제 절차

글의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 저의 실제 이야기는 절차 맨 아래에 넣겠습니다.

 

1. 진정서 제출

 

진정서 제출은 "임금을 못 받는 피해가 발생했으니 구제해주세요"라는 목적으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고소는 처벌을 해주세요의 목적) 근처 고용노동부에 직접 가셔서 작성하셔도 되지만, 온라인으로도 가능합니다. 고용노동부 민원마당에 가셔서 임금체불 진정 메뉴로 가시면 됩니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보통은 노무사를 대행하기도 합니다. 노무사가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고, 수수료를 받아가는 식으로 계약을 합니다. 여기서 알아야 될 점은 노무사는 변호사와 다른 개념입니다. 일반적인 변호사로 생각하시면 안 되고, 노동 관련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진정서 양식에서의 "피진정인"에는 실사용자 즉, 실제 돈을 지급하거나 같은 사무실을 쓰는 대표이사로 쓰시면 됩니다. 제 경우에도 회장을 쓰지 않고, 대표 인적사항으로 신청했습니다.(이후 사용자를 피진정인이라고 명명하겠습니다)

신청하실때 필요한 자료로는 근로계약서, 월급을 받던 통장 내역서가 있습니다.(시간외수당, 연차휴가수당 등도 가능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체불된 임금액수가 커서 하지 않았습니다. 또 계산해야 한다는 사실부터가 스트레스였습니다.) 근로계약서가 없다면, 이 회사에서 계속 근무를 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것들과 출퇴근을 했다는 자료(ex. 교통카드 사용내역)를 준비하시는게 좋습니다. (후에 소송까지 갔을 때를 대비)

접수를 완료하시면, 진정서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근로감독관이 배정되고, 다음 절차가 진행됩니다. 접수 완료부터 출석 조사까지 길게는 1달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처리해야 하는 임금체불 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걸립니다.

법을 지키는 것보다 어기는게 더 쉬운 세상에 살고 있는 악질인 피진정인을 만날수록 더 오래 걸립니다. 진정서를 쓰기로 마음먹으셨다면 더 이상 세치 혀에 마음 약해지지 마시고, 법대로 진행하시는 게 좋습니다.

 

 

- 체불임금확인원

왜 소송을 바로 하지 않고, 진정서를 쓰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우리는 한국인이기에, 왜 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진정서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체불임금 확인원"을 고용노동부에서 발급해줍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돈을 받지 못했다면, 우리는 "체불임금 확인원"을 활용해서 돈을 받아야 되기에 이 절차가 꼭 필요합니다. 이걸 활용해서 체당금을 받고, 민사소송을 하고, 가압류를 하고, 경매를 할 수 있습니다.

 

 

2. 출석 조사

 

문자나 우편으로 받은 출석일에 조사를 하기 위해서 근로감독관, 피진정인, 여러분 이렇게 셋이 삼자대면을 합니다. (노무사를 고용했다면 노무사가 출석합니다) 피진정인이 잠수를 탔다면,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의 권한으로 형사조치를 통해 피진정인을 찾습니다.

삼자대면의 대질조사를 통해, 사실관계에 의거하여 근로감독관이 진술조서를 작성합니다. 노동법 위반사항이 확인될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시정지시를 하지만, 시정이 되지 않을 경우 입건하여 수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근로감독관은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에, 우리가 피진정인의 처벌을 원하는 경우에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합니다. (보통은 벌금형이나 조정으로 끝납니다)

검찰까지 사건이 올라가게 되면, 피진정인 입장에서도 어차피 돈 줘야 되는 것을 최대한 늦게 주려고 할 겁니다. 보통 여기서 합의를 많이 하게 됩니다. 합의를 하면 체불임금 확인원을 발급받고, 노동청 진정이 끝납니다.

합의하실 때 주의할 점은 "밀린 돈을 언제 다 주겠다"가 아니고, "일정 금액을 일정기간마다 주겠다"로 포커스를 맞추셔야 합니다. 줄 돈이 있었으면 출석하기 전에 줘야 맞는 거고, 갑자기 그런 목돈이 생겨서 한 번에 받을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여기서 체당금 제도 내에서 체불임금을 받거나,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선택권이 두 개로 나뉩니다.

(검찰까지 사건이 올라간다고 해도, 내 돈을 받는 것이 아니고 피진정인의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뿐입니다.)

체당금은 체불된 임금을 국가가 피진정인 대신 나에게 주는 것입니다. 체불된 임금이 체당금 최대한도보다 낮다면 체당금으로 받고 더러운 기억을 잊어버리시면 되고, 크다면 민사소송을 하셔야 합니다.

 

 

3. 민사소송의 시작

 

 

여기서부터는 이제 긴 호흡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신경 쓸 것은 별로 없습니다. 때에 따라 피드백만 적절히 해주시면 됩니다.

사회적 약자인 우리는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법률구조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임금체불 건은 무료법률상담부터 국선 변호사 선임, 가압류 이후까지 지원됩니다. 법률상담을 위해 방문일을 온라인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사업장 소재지 관할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갔습니다.

법률구조공단에서 상담을 받고, 가압류와 경매에 대해서까지 상세히 답변을 받은 후에, 소송을 제기합니다. 근거자료로는 진정을 통해 받은 "체불임금 확인원"으로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법률구조공단에서 다 처리해줍니다.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을 요청하고 14일 이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 판결로 압류 등의 강제집행이 가능하고, 이의를 제기하면 재판으로 넘어갑니다.)

변호사가 나를 변호해주지만,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그 자리에서 결정되어야 할 사항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소송일에는 꼭 출석하셔야 합니다. 이미 여기까지 진행되었다면, 무조건 가야 됩니다.소송에서는 피고(소송을 당한 사람)와 원고(소송을 제기한 사람)라고 하는데, 둘 중 한 명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에는 출석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아, 그리고 법원 간다고 위축되시거나 우황 첨 심원까지 안 드셔도 됩니다. 내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서 가는 겁니다. 막상 가보면 엄숙한 분위기이긴 하지만, 판사님도 사람입니다. 임금체불 건이라면 약자의 손을 들어주려 할 거고, 생각지 못한 위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송은 그 자리에서 판결하지 않습니다. 보통 2~3주 후에 판결을 한다고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고, 그때 다시 출석하시면 됩니다. (이 경우에는 무조건 승소이니 안 가셔도 됩니다.)

 

 

4. 승소 판결과 가압류

 

이제 승소 판결이 나왔다면, 가압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가압류라는 것은 피고의 채권의 집행을 보전할 목적으로 동결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피고의 재산에 대한 현상유지, 예를 들어 통장의 출금을 막는 등의 행위입니다. 가압류한 재산이 경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압류를 하는 목적은 심리적, 경제적 압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개인의 돈 흐름을 막는 제일 큰 효과는 주거래 통장의 출금을 막아버리는 것만큼 효과 좋은 게 없습니다. 아무리 악덕사업주라도 여기까지 오면 자세가 누그러져서 돈을 주려고 할 겁니다. 주의할 점은 개인적으로 합의를 하시면 안 됩니다. 소송이 진행 중인 데다, 우리에게는 우리는 변호해줄 변호사가 있습니다. 변호사와 얘기하도록 하면 됩니다. 조정에 대한 더 자세한 절차는 글이 중복되기에, 저의 실제 이야기에 넣겠습니다.

(저는 경매 전에 사건이 종결돼서, 경매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

그래도 돈을 줄 마음이 없다면, 그다음 절차인 '경매'를 진행하시면 됩니다. 드라마에서 많이 보면 빨간딱지입니다. 국가에서 피고의 재산을 압류해서, 경매한 금액을 배당합니다. 경매금액 배당은 순서가 있습니다. 나보다 더 우선순위의 채권자가 있다면, 그 사람부터 배당합니다. 이 절차까지 오셨다면 합의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체불된 임금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보상(아마 돈을 안 주기 위해서 험한 말들을 했을 겁니다. 다 자료로 제출합시다) 등의 비용도 산정합시다.

이 절차까지 오면 사건이 보통은 종결됩니다. 만약 체불된 임금이 아직도 남았다면 법률구조공단이나 변호사분과 다시 상담을 통해서 진행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있는지 얘기해보셔야 합니다.

 


저의 실제 이야기

 

임금체불 기간인 8개월을 포함해서 믿고 기다린 기간 등등을 모두 합산하면 2년이 넘는 시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언제 주겠다"는 내용으로 연락도 오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연락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8년도에 진정을 넣었고, 근로 노동부에서는 2차 출석까지 있었고, 1차 출석에는 직접 갔지만, 2차 출석부터는 노무사를 고용하고, 위임장을 작성해서 노무사만 출석했습니다. 굳이 내가 간다고 상황이 달라질 것도 없고, 말다툼도 하기 싫었습니다. 체불임금 확인원을 받고, 매월 돈을 지급받기로 각서까지 받았습니다. 합의를 한 셈이니 진정이 취하된 겁니다.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 겁니다.

(왜 그랬냐고 이해 못하실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고, 못 받은 돈을 받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달 이후 돈을 입금하지 않아서, 민사소송을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고용한 노무사는 각서를 개인수첩에 작성하거나, 지급 시작일이나 지급기한을 상의 없이 정하는 등 일처리를 "개판"으로 했고, 민사 소송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였습니다.

(노무사를 대상으로도 소송을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엮이기 싫었습니다.)

마지막 약속인 각서도 이행하지 못하였기에 저는 끝까지 가기로 마음먹고 법률구조공단에 방문상담을 신청하고 방문하였습니다. 위의 절차와 약간 다르게 진행했습니다. 끝가지 가기로 마음먹었으니, 소송을 제기하면서 가압류도 신청했습니다. 승소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상당히 불리한 행위지만, 임금 체불된 건이고, 피고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준비한 자료는 제가 월등히 많았습니다. 물론 다 제출하지는 않았습니다.

통장에만 가압류를 신청했고, 가압류가 진행되자, 피고가 전화와 문자, 이메일로 별 이상한 소리를 하더군요. 돈을 언제 주겠다는 말이 없으니 무시해줍니다. (사업자가 계좌에서 돈을 출금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재판 출석 때 조정을 권유받았습니다. 조정은 합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법원의 판결 효력을 가지기에, 해당 사건으로 다시 소송을 할 수 없습니다.

조정실로 이동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피고는 체불된 임금을 주겠지만, 내가 일을 안 해서 피해본 것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돈은 언제 주냐고 물어보니깐, 공탁했답니다. (공탁은 법령에 따라 공탁소에 금전이나 물건 등을 맡기는 걸 말합니다. 즉, "소송할 거 다하고, 알아서 찾아가라. 쉽게 줄 생각 없다"는 겁니다. 그냥 계좌로 이체하면 간단히 끝날 일이었습니다.)

네, 더 이상 들어볼 것도 없는 개소리였습니다. 다시 판사 앞에 서서, "조정이 안된다, 법대로 진행해달라. 판결해주세요"라고 하고 판결일자를 받고 나왔습니다. 판결일자가 2주 정도 후였고, 그동안에 저는 경매 집행에 대해서 공부하고, 피해보상까지 받기 위해 변호사분과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판결일자 1주일 전에 연락 오더니, 돈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체불된 임금만 받으면 조정하려고 했으니, 변호사분을 통해 다시 조정을 진행해서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조정을 했으니 동일한 내용이나 목적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즉, 피해보상에 대한 소송도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믿고 기다린 기간은 2년이란 시간이었지만, 소송하기로 마음먹고 법률구조공단에 방문한 날부터 조정하기까지는 2~3개월 걸렸던 것 같습니다.

 


마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은 외롭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지루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많이 힘듭니다. 어디에 하소연을 하면 기분은 나아지겠지만,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없더라고요.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을 활용하고, 제도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내 편은 노무사, 국선 변호사뿐이니, 모르는 점이 있다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주저 없이 물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노무사와 변호사의 공통점은 내가 가만히 있으면 상황을 능동적으로 개선하지 않습니다. 나의 일을 대신하거나, 회사를 상대로 사회적 약자인 나를 변호하는 분들이니, 가능한 최대한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습니다.

중요한 점은 같이 근무하던 동료의 도움을 바라시면 안 됩니다. 동료가 나서서 증언을 해주면 좋겠지만, 성실히 근무했고, 임금이 체불되었다는 증언만 해줘도 감지덕지입니다. 법과 연관되어있다면, 그 누구도 도움을 직접적으로 주지 않습니다.

이미 모든 과정을 겪은 저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고, 이미 이런 상황에 놓여있으시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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